송 가
-양명문
되도록이면-----
나무이기를, 나무 중에도 소나무이기를,
생각하는 나무, 춤 추는 나무이기를,
춤추는 나무 봉우리에 앉아
모가지를 길게 뽑아 늘이우고 생각하는 학이기를,
속삭이는 잎새며, 가지며, 가지 끝에 피어나는
꽃이며, 꽃가루이기를.
어디서 뽑아 올린 것일까
당신의 살갗이나 뺨이나 입시울에서 내뿜는
그것보다도 훨씬 더 향기로운 이 높은 향기는.
되도록이면-----
바위이기를, 침묵에 잠긴 바위이기를,
웃는 바위, 헤엄치며 웃는 바위,
그 바위 등에 엎드려, 목을 뽑아 올리고,
묵상에 잠긴 그 거북이기를, 거북이의 사색이기를,
그 바위와 거북의 등을 어루만지는
푸른 물결이기를, 또한 그 바위 겨드랑이나
사타구니에 붙어 새끼를 치며 사는 산호이기를
진주알을 배고 와 구는 조개이기를.
어디서 그런 재주들을 배워왔을까,
당신의 슬기로운 예지로도 알아차리기 어려운
그 오묘한 비밀, 그지없이 기특하기만 한 생김새.
다시 없는 질서, 바늘끝만치도 빈틈없고 헛됨이 없는
이들의 엄연한 질서
이 줄기찬 생활이여!
되도록이면-----
과일이기를, 과일 중에도 청포도이기를,
청포도 송이의 겸허한 모습이기를,그 포도알처럼
맑고 투명한 마음씨이기를, 표정이기를,
그 포도알 속에 살고 있는 저 주신 박카스의
어질고도 용감한 기품이기를.
어디서 이 크낙한 생명은 맥박쳐 오는 것일까,
그 무엇도 침범키 어려운 이 장엄한 행진의 힘.
당신의 혈관 속이나 세포처럼 독균의 침입을
입지 않은 순수한 내부조직.
아, 눈부신 살림이여, 사랑이여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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