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년전의 편지
20년전의 편지 " 현재 폭풍은 동해안으로 향하고 있으니 피서객은 각별한 주의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. 이번 태풍은 A급 태풍으로.... " 라디오는 여전히 시끄럽게 울려대고 있었다. 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. 그녀는 잠이 깬 듯 졸리운 눈으로 나를 한번 보고 싱긋 웃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. 정말 큰 마음 먹고 온 여행인데... 하필 폭풍이라니. 젠장. 창 밖으로는 한 길도 넘게 넘실대는 바다와,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과, 비스듬하게 유리를 때리는 빗방울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.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와 파란 바람에 대한 기대가 여지없이 깨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그리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. " 이제 다 왔어? " " 아니. 조금만 더 가면 돼. " " 그럼 나 조금 더 잘..
메모/글고운
2011. 12. 29. 20:27